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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생성소/문록기의 킬럼

Project Financing 에 관한 이성규의 금융논평(조선일보)20101005

버블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내재된 공통점이 있다. 그 거품 안에 들어 있을 때에는 그 게 그건지 잘 모른다. 지나고 나서 터져봐야 깨닫는 후견지명만 반복될 뿐이다. 경제분석이 가장 앞섰다는 미국도 플로리다 땅 투기와 S&L의 무더기 도산,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인간의 현명함은 절대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목격한 부동산PF 사업장의 무더기 부실, 중견 건설업체들의 줄도산도 이같은 파탄의 긴 목록에 한 줄을 더한다. 뭐가 문제였을까. 그래도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뇌의 용량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따져본다는 반추일 거다. 물론 교훈을 얻어서 실수를 재발하지 않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거기에는 낙관론이 지배했다.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건물을 높이 올리면 분양은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고, 시행사는 상당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 경험은 자신감마저 북돋아줬다. 그간의 프로젝트는 규모가 작았지만 이미 여러 번 유사한 과정으로 성공을 거둬왔기에 더 큰 땅을 살 돈만 구하면 된다.
이것도 걱정이 필요 없다. ‘브릿지 론’이라는 멋진 이름의 방법이 마련돼 있다. 딱히 돈 굴릴 데가 없는 저축은행들이 줄지어 서있다. 엄청나게 높은 금리에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마진을 떼어가도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그만. 그깟 푼돈은 시행사의 기대이익에 비하면 소소하게 느껴진다. 곧 본PF로 넘어갈 때 당장 갚아버리면 끝난다.
본PF에는 은행처럼 큰 금융기관들이 기꺼이 참여한다. 고객예금으로 조성한 자금인데 이런 단건 프로젝트에 쏟아 부어도 괜찮을까. 역시 괜한 걱정이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채무보증을 선다고 하니 심사부서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다른 은행들도 참여한다니까 이는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어차피 이상한 이름의 시행사를 보고 하는 일이 아니다.
건설시공사도 아쉬울 게 전혀 없다. 채무보증이래 봐야 주석사항에나 명기된다. 깨알 같은 주석사항을 일일이 들여다볼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신에 시공사에는 큰 일감이 생긴다. 도급순위도 유지된다. 공사를 시킨 하청업체에는 어음을 끊어주면 현금흐름도 여유가 생긴다. 무엇보다도 직접차입으로 사업을 할 때보다 이렇게 보증채무로 대체하면 장부상의 부채비율도 훨씬 낮아진다. 이건 마술이다.
이 모든 프로세스의 순조로움은 향후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는 아주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다. 그러나 낙관론이 무너지는 순간, 아니 이 게임에 참여하는 누군가가 약간의 의구심이라도 가지는 순간 위험이 찾아온다.
가령 어디선가 앞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의 인구구조를 근거로 들이대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은퇴하는 베이비부머가 노후 소비를 위해 집 크기를 줄일 것이다. 다음 세대는 집을 보유하지 않고 임대할 것이라는 메가트랜드를 들먹이면 확 가슴에 와 닿는다. 중대형 평수는 가고 소형 평수가 뜬다고 한다. 때마침 정부가 종부세를 시행한다고 하니 우려가 3D 현실로 다가온다.
분양시장에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 분양율이 뚝 떨어진다. 시행사는 공사를 추진할 자금이 어려워진다. PF대주단은 약속한 돈을 풀려니 걱정이 앞선다. 일단 돈줄을 닫아건다. 시행사는 공사미수금이 쌓여간다. 일단 끊어놓은 어음부터 연장한다. 하도급업체들의 원성이 커져간다.
공사대금이 부족하다. 묘수가 없을까. 시공사나 하청업체의 임직원 이름으로 분양을 처리하는 방법은? 여기부터는 유혹이다. 차명으로 중도금대출을 받아서 공사를 진행하고, 이자는 시공사가 대신 낸다는 시나리오다. 곧 경기만 좋아지면 분양이 재개되고, 문제는 일거에 해소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여전히 경기가 안 풀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다 짓고 나도 막대한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돌게 된다.
부지를 다 매입하지 못한 사업장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본PF로 넘어가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담보조차 불확실한 부실채권을 들고 휘청거린다. 부지매입이 완료되지 않았으니 착공은 요원하다. 풀이 난 빈 공터나 허물다만 집터들이 장기간 흉물로 남아돌 참이다.
흥청거리던 모든 것이 서 버렸다. 부동산PF 사업은 직렬구조다. 부지매입을 하면 착공허가를 따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분양에 들어간다. 50% 이상 실질분양이 이루어져야만 잔여공사비가 충당된다. 공사를 마치면 준공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입주가 이루어지고, 은행의 중도금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잔금이 들어오면 마침내 PF대금은 상환된다. 대주단은 대출수익을, 건설사는 공사마진을, 시행사는 개발이익을 각자 나눠 갖는다. 그리고 지루한 하자보증수리의 서비스가 이어진다.
직렬구조에서는 파이프의 한 군데라도 막히면 판은 그냥 깨져버린다. 아주 취약한 구조다. 당초 계획보다 몇 개월만 늦어져도 시행사는 개발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또 반년쯤 늦어지면 시공사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 이상 멈춰서면 PF대주단에 참여한 금융기관들도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아가야 한다.
개발이익은 고사하고 알량한 사업비마저 다 날리게 된 시행사로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이 선다. 누군가가 매몰비용을 물어줄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 시간이 갈수록 같이 깨지는 곳은 보증채무를 떠안은 시공사다. 부실채권을 들고 가야하는 PF대주단도 손해가 늘어간다.
법적 권리가 얽힌 만큼 깔끔한 해법이란 없다.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사업진행은 불가하다. 시공사도 보증채무를 끊어주지 않는데 공사권리만을 포기할 순 없다. PF대주단도 부실사업장에 돈을 더 넣기가 어렵다. 집값 폭락에 민원과 법적대응을 불사하는 수분양자들까지 얽히면 더 복잡해진다.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아 챙겨온 부동산신탁회사도 무기력하다.
누구도 해결에 나서지 않으니 교착상태가 길어진다. 이런 상태를 지켜보며 정부의 임기도 다 지나가버렸다. 그 사이에 수많은 중견 건설회사들이 보증채무에 허덕이다 무너져 내렸다. 이 대목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번민이 몰려온다.
첫째는 반성이다. 과연 PF채권에 가장 크게 물린 은행권은 직렬구조의 단일 프로젝트를 평가할만한 심사능력이 있었던가. 만일 건설사 앞 대출이라면 재무제표의 시계열이라도 있다. 그렇지 않은 PF대출은 건설사 대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심사할 시계열자료가 없다. 이는 대출이 아니라 단건 투자다. 수신기관이 무엇에 홀린 것일까.
둘째는 앞으로의 공급문제다. 매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중소형 서민주택의 최소물량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가. 건설사가 예전처럼 차입조달을 통해서? 그러면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간다. 아니면 또 다시 소규모 개발업자들의 손에 맡겨서? 글쎄다. 답답하다.

 

 

 

 

이성규 논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낙관론을 전제로 하는 위험한 수익사업이라는 점을 강조

했다. 왜냐하면 한국형 PF는 직렬구조(부지매입을 하면 착공허가를 받고. 그 후 50% 이상 실질분양이 이루어져야만 잔여공사비가 충당된다. 그 뿐 아니라 공사가 끝나면 준공검사를 해야 입주가 이뤄지고 그리하여야만 은행의 중도금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이런 과정에 하나의 핀트가 엇나가면 시행사,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 대출을 해준 금융사 모두 막대한 자금의 피해를 입게 된다.  가뜩이나 최근에는 주택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낙관론'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PF를 어떻게 해야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할지 논평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본의 오랜 디플레이션....이 어떻게 진행되었나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주택가의 버블이 터지고 결국엔 사채와 론을 상환받지 못한 금융사들이 도산함으로써 위기가 진행됐다.

PF도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위험이 다분하다. 특히 우리나라 PF같은 경우 미국(사업의 수익성을 객관적으로 파악 한 후 여러 평가를 통해 내줌)보다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믿고 무턱대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들이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낮은 출산율, 경제불황으로 인해 주택가가 떨어지고, 그에따라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PF가 과연 경제살리기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PF는 매력적인 사업이란건 분명하다. 많은 건설업자들이 PF를 통해 돈방석에 앉은 케이스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PF가 실패하게되면 , 시공사들이 줄줄이 망하게 되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무사하지 않게된다. 그러면 결국 그 피해는 저축은행의 돈을 꾼 소비자들,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직렬구조의 취약한 Project Financing을 보돠 안정적인 사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사업허가를 받기 전 다양한 평가방법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있는지 검토 또 검토 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자들의 과욕으로 인해 서민들이 더 이상 피눈물을 흘리는 날이 없길 바라면서.....오늘은 바빠서 이만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