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에게 소설이란 무엇보다도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주인공(1인칭 -나)를 통해 세상에 알리려는 철저마침의 과정과도 같을 것이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떄 처음 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읽었을 때도 하루키가 덴고를 통해 자기의 내면을 피력하는 그의 노력이 단어와 문장을 통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었다. 하루키의 진정성, 어쩌면 나는 그것에 매료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 후 하루키가 쓴 소설 및 잡문집을 연이어 읽게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항상 일관된 '무엇'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아직 그의 작품 3개 밖에 접해보진 못해서 그 무엇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 그가 짜놓은 미궁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읽게된 그의 2010作 해변의 카프카.
이 작품에서 하루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ㅡ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은(그는 자신의 아내가 자기 어머니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에서 유래된다ㅡ'와 '겐지 모노가타리'의 생령을 모티프로 그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저주를 받은 다무라 카프카 군, 사랑하는 남자를 잃고 방황하다 시노코에서 도서관을 운영중인 사에키 상, 그리고 어렸을 때 기묘한 사고를 당해 고양이와 말을 할 수 있는 나카타상. 세 인물은 얼핏 아무 관련성 없어보이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셋의 관계가 고리디우스의 매듭처럼 꼬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에키 상은 알고보니 카프카군을 버린 생모였고(불행이도 카프카와 사에키상은 여러번의 관계를 갖게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실현된다) 나카타 상은 이 둘이 소용돌이처럼 미궁에 빨려들어가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 셋의 얽히고 섥힌 매듭을 잘라버릴 칼자루를 쥔 인물 호시노 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셋은 미궁 속에서 서로 다른 모험을 하면서도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실제로 이 소설은 호시노상이 비밀의 문(하루키의 세계를 빠져나가는 통로)를 찾아 세 인물이 미궁을 빠져나서야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의 내용 중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사견이기 때문에 이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태클을 걸어주지 않길 바란다) 소설 끝 부분에 등장하는 커널 샌더스이다. 이 인물은 호시노 상이 미궁의 출구를 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미궁 탐험을 훼방놓는 미노타우로스처럼 뜬금없이 나타나 소설의 긴장감을 식혀버렸다. 갑자기 나타나 그에게 출구가 어딨는지 알려줬기 때문이다. 나카타와 호시노 상 듀오의 여정을 더 흥미진진하게 꾸려갔으면 소설의 재미가 더 배가됐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키 소설의 묘미는 비단 화려한 문체와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전개방식만이 아니다. 그의 유식함이 소설에 가미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플라톤의 향연, 카산드라 이야기, 카프카(카프카는 체코의 소설가이다)의 소설들, 대공트리오, 그리고 숱한 명언들이 이 소설에 녹아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게되면 나도 덩달아 유식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이들 중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태초에는 남자와 여자의 등이 붙어있고 남자는 (+극) 여자는 (-극)이어서 동성애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파네스)와 에이츠가 나치 전범자들을 가르키면서 한 말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이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서 시작된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던가. 문학의 매력에 최근에서야 발을 들여놓은 초짜로서 아직 문학적 표현과 메타포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하루키가 매번 '섹스'에 부여하는 의미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듯 싶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기사와 사설(강속 직구를 날리는 글들)에 물들어버린 나로선 커브와 포크볼이 난무한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t 어떻게 해야할지....내가 풀어야할 숙제겠지? 지금은 상실의 시대를 읽고있는데 조금 은 더 성숙한 문학관을 갖게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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